2개월 간 멈춘 투자, 이번에는 시스템으로 다시 시작한다.

# Trader in the Loop #1

내가 배운 단기 매매 방법론에서 매매는 장이 열리는 아침이 아니라 전날 퇴근 후부터 시작된다.

장이 끝나면 오늘의 장세를 판단하고, 시장보다 강한 종목을 찾는다. 관심종목을 정한 뒤에는 차트에 삼선을 긋고, 다음 날 어떻게 사고팔 것인지 시나리오를 세운다. 다음 날에는 미리 정한 계획에 따라 실행하고, 장이 끝나면 예상과 실제가 어떻게 달랐는지 복기한다.

장세 판단, 종목 선정, 시나리오, 실행, 복기.

이 과정이 하루하루 이어지는 하나의 투자 루프다.

그런데 2026년 6월부터 내게는 이 루프를 시작할 퇴근 후의 시간이 사라졌다.

## 직장인도 할 수 있는 투자라고 생각했다

단기 매매 방법론을 처음 접했을 때, 직장인인 나도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단기 투자라고 하면 장중에 계속 MTS를 들여다보며 빠르게 사고파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내가 배운 방식은 달랐다. 장중의 순간적인 감각보다 전날의 준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오늘 시장이 어떤 장이었는지 확인하고, 시장보다 강한 종목을 고르고, 기준봉과 삼선(매수·본전·손절 세 가지 기준선)을 바탕으로 매수가와 손절가를 미리 정한다. 언제 사고, 얼마나 사고, 어떤 상황에서 팔 것인지까지 전날 시나리오로 만들어 둔다.

충분히 준비한 뒤 다음 날에는 계획한 대로 대응한다.

이 방식이라면 회사에 다니면서도 제대로 훈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감으로 매매하는 대신 매일 같은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만의 투자 기준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약 5개월 동안 꾸준히 투자했다.

대단한 성과를 냈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도 퇴근 후 장세를 확인하고, 종목을 찾고, 시나리오를 세우려고 노력했다. 매매가 끝나면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다시 들여다봤다.

적어도 그때의 나는 투자하는 사람이었다.

## 6월, 직장인 투자 루틴이 통째로 멈췄다

6월부터 회사 일이 많이 바빠졌다.

퇴근은 계속 늦어졌고, 밤늦게 집에 돌아오면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잠을 청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퇴근 후 노트북을 열어 장세를 확인하고 종목을 정리할 시간도, 그럴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처음에는 하루 이틀 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회사 일이 조금 정리되면 다시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가 며칠이 되고, 며칠이 몇 주가 됐다.

*투자 루프 5단계. 앞의 세 단계는 전날 밤에, 실행은 다음 날 장 중에, 복기는 장 마감 후에 이뤄진다.*

장세 판단을 하지 않으니 어떤 기준으로 종목을 찾아야 할지 정할 수 없었다. 관심종목을 고르지 못하니 삼선을 그을 일도 없었다. 시나리오가 없으니 다음 날 실행할 매매도 없었고, 실행이 없으니 복기할 경험도 쌓이지 않았다.

내가 잃은 것은 단순히 하루 한두 시간의 투자 시간이 아니었다.

판단과 실행, 복기를 이어주던 투자 루프 자체가 멈췄다.

## 투자는 쉬었지만 마음은 쉬지 못했다

투자 활동을 쉬는 동안에도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을 몰라서 못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부담스러웠다.

오늘의 장세를 확인해야 했다. 상승한 종목과 거래대금을 정리해야 했다. 관심종목을 찾고, 기준봉을 확인하고, 삼선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했다. 지난 판단이 맞았는지도 복기해야 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하루가 지나갔다.

‘해야 되는데.’

‘다시 시작해야 되는데.’

그 생각이 계속 마음 한편에 남았다.

투자는 쉬고 있었지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심적인 부담은 더 커졌다.

그렇게 약 2개월이 흘렀다.

## 나를 다시 움직인 2주

투자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는 회사에서 맡은 과제였다.

최근 회사에서 Claude Code를 활용해 기존 기획 프로세스를 AX화하는 일을 진행했다. 복잡하고 반복적인 기획 업무를 AI와 함께 다시 설계하는 과제였다.

처음에는 2주 안에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업무를 하나씩 나누고,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 부분과 AI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을 구분하면서 실제로 작동하는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단순히 AI 도구를 다루는 방법만 배운 것은 아니었다.

복잡한 일을 단계로 나누는 방법, 각 단계의 입력과 결과를 연결하는 방법, 사람에게 남겨야 할 판단과 시스템에 맡길 수 있는 반복 작업을 구분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의 복잡한 기획 프로세스를 다시 설계할 수 있다면, 내가 매일 반복해야 하는 투자 프로세스도 다시 설계할 수 있지 않을까?

## 더 열심히가 아니라, 다르게 해야 했다

그동안 나는 회사 일이 조금 한가해지면 다시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다시 시작해도 회사가 바빠지면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컸다. 또 퇴근이 늦어지고, 또 투자 루틴을 놓치고, 또 ‘해야 되는데’라는 생각만 하게 될 수 있었다.

문제는 내가 방법론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투자하려는 의지가 부족해서도 아니었다.

이 모든 과정을 매일 혼자 수행해야만 돌아가는 구조가 내 현실과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시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바쁜 날에도 최소한의 투자 루프가 끊어지지 않도록 방법 자체를 바꿔야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투자를 바로 다시 시작하는 대신,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부터 만들기로 했다.

## 나 대신 투자하지 않는 시스템

RichRich는 매일의 투자 준비와 실행, 기록이 끊기지 않도록 돕는 개인용 투자 보조 시스템이다. 그것이 이번에 시작한 프로젝트다.

종목을 알아서 골라 매수하고 수익을 내주는 완전 자동매매 봇이 아니다. 나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다.

RichRich가 하는 일은 이렇다. 매일의 시장 데이터를 미리 모으고, 장세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정리하고, 관심종목을 찾는 과정을 돕는다. 내가 빠뜨리는 항목 없이 익일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도록 안내하고, 확정한 계획은 다음 날 장중에 감시하고 실행한다. 매매가 끝나면 계획과 실제 결과를 연결해 복기의 출발점도 만들어준다.

그렇다고 투자 판단까지 시스템에 넘기지는 않는다.

현재 장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떤 종목을 관심종목으로 정할지, 재료가 살아 있다고 볼지, 삼선을 어디에 그을지, 최종적으로 시나리오를 실행할지는 내가 판단한다. 매매가 끝난 뒤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하는 일도 내 몫이다.

RichRich가 나 대신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판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내가 세운 계획이 바쁜 업무 중에 사라지지 않게 실행하며, 투자 경험이 복기 없이 흘러가지 않도록 기록하는 시스템이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다.

> 판단을 자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 Trader in the Loop

Trader in the Loop는 이 기록의 이름이자, 시스템의 중심에 여전히 투자자인 내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장세를 판단하고, 종목을 고르고, 시나리오를 만들고, 실행하고, 복기한다. 시스템은 이 과정에서 사람을 빼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이 루프 안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Loop는 두 겹이다. 하나는 장세 판단부터 복기까지 이어지는 투자 루프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 경험을 통해 나 자신이 계속 배우고 성장하는 학습의 루프다.

시스템이 나를 대신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시스템과 함께 더 나은 투자자로 성장하는 것.

그것이 RichRich를 통해 해보고 싶은 일이다.

## 아직은 성공담이 아니다

아직 RichRich는 시작 단계다.

완성된 프로그램도 아니고, 실제 투자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데이터를 연결하고, 모의투자를 해보고, 부족한 점을 계속 수정해야 한다. 내가 세운 가설이 틀릴 수도 있고, 실제 시장에서는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 과정도 숨기지 않고 기록해보려고 한다.

지금 무엇을 어디까지 만들었는지는 [RichRich 프로젝트 페이지](/richrich/)에 정리해두고 있다.

이번에는 시간이 생기기를 기다리며 투자를 다시 시작하지 않으려 한다. 회사가 바쁜 현실 안에서도 판단과 실행, 복기가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만들려고 한다.

이 글은 성공한 투자자의 회고가 아니다.

2개월간 멈춰 있던 투자 루프를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첫 번째 기록이다.

다음 글에서는 그 첫 단계로, 흩어져 있던 매매 방법론을 어떻게 하나의 투자 브레인과 실행 가능한 매매 절차로 정리하기 시작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 이 글의 요약

– 5개월간 이어오던 투자 루틴이 2026년 6월 회사 업무에 밀리면서 2개월간 멈췄다.

– 멈춘 이유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였다. 모든 과정을 매일 혼자 수행해야만 돌아가는 방식이 직장 생활과 맞지 않았다.

– 그래서 투자를 바로 재개하는 대신, 판단은 내가 하고 반복은 시스템이 돕는 도구를 먼저 만들기로 했다.

## 자주 묻는 것

**투자 루프란 무엇인가?**

장세 판단 → 종목 선정 → 시나리오 작성 → 실행 → 복기로 이어지는 하루 단위의 순환이다. 앞 단계가 다음 단계의 조건이 되기 때문에, 한 칸이 빠지면 전체가 선다.

**RichRich는 자동매매 프로그램인가?**

아니다. 데이터 수집·정리·감시·기록은 시스템이 맡고, 장세 해석·종목 선정·매수와 손절 기준·실행 여부는 사람이 판단한다.

**Trader in the Loop는 무슨 뜻인가?**

두 겹의 루프를 가리킨다. 하나는 장세 판단부터 복기까지 이어지는 투자 루프이고, 다른 하나는 그 과정을 반복하며 투자자 자신이 나아지는 학습 루프다.

이 기록을 쓰는 사람에 대해서는 [About](/about/)에 적어두었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개발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