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노트 26편을 Second brain으로 바꾸다

[지난 글](/trader-in-the-loop-1/)에서 나는 2개월간 멈춰 있던 투자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에는 회사가 한가해지기를 기다리거나, 퇴근 후 더 부지런해지겠다고 다짐하는 방식으로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회사가 다시 바빠져도 장세(시장 전체의 흐름) 판단부터 복기까지의 과정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도록 투자 시스템을 먼저 만들기로 했다.

방향은 정했지만, 막상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니 가장 기본적인 질문부터 답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 시스템은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할까?

## 시스템은 무엇을 해야 할까

투자 시스템을 만들기로 하고 처음 떠올린 것은 자동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조건에 맞는 종목을 찾고, 미리 설정한 가격에 주문을 넣는 기능이었다.

기술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은 많았다.

하지만 기능을 생각할수록 그보다 먼저 답해야 할 질문들이 생겼다.

어떤 장에서 투자를 해야 할까. 어떤 종목을 관심종목으로 골라야 할까. 거래대금(하루 동안 그 종목이 거래된 금액)은 얼마 이상이어야 할까. 기준봉(매매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캔들)은 무엇이고, 삼선(매수·본전·손절 세 가지 기준선)은 어디에 그어야 할까. 언제 사고, 언제 팔고, 어떤 상황에서 손절해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시스템도 만들 수 없었다.

‘내가 배운 방법론대로 동작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방향은 있었지만, AI는 ‘배운 방식대로 알아서’ 움직일 수 없다. 각각의 판단 기준과 실행 순서를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결국 투자 시스템을 만드는 첫 번째 작업은 코드를 작성하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어떤 기준으로 시장을 보고, 어떤 순서로 판단하고, 어떤 규칙에 따라 행동할 것인지를 먼저 정리해야 했다.

## 알고 있는 것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달랐다

나는 2026년 상반기 약 5개월 동안, 비공개 노트로 배운 단기 매매 방법론을 따라 투자해 왔다.

장세를 먼저 판단하고, 시장보다 강한 종목을 찾는다. 기준봉을 확인한 뒤 삼선을 긋고, 정해진 선에서 분할 매수한다. 수익이 나면 계획한 기준에 따라 분할 매도하고, 시나리오가 틀렸다면 손절한다. 매매가 끝나면 결과를 복기한다.

전체적인 흐름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과정을 시스템으로 옮기려고 하나씩 질문하기 시작하자,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과 다른 사람이나 컴퓨터가 실행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상승장은 정확히 어떤 조건으로 판단해야 할까. 시장을 이기는 종목은 어떤 수치로 찾을 수 있을까. 기준봉 후보는 시스템이 찾아줄 수 있을까. 삼선은 자동으로 그어야 할까, 아니면 사람이 직접 그어야 할까.

사람은 글의 앞뒤 맥락과 차트를 보면서 대략적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시스템은 ‘대략’, ‘적당히’, ‘상황을 봐서’라는 표현을 실행할 수 없다.

머릿속에 있던 투자법을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방법론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했다.

## 노트 26편을 AI가 읽는 매뉴얼로 다시 정리했다

내가 배운 매매 방법론은 노션에서 가져온 26편의 글에 나뉘어 있었다.

장세를 판단하는 방법, 관심종목을 찾는 방법, 거래대금과 테마를 보는 기준, 기준봉과 삼선을 설정하는 방법, 매수와 매도 규칙, 손절과 복기까지 필요한 내용은 대부분 들어 있었다.

다만 실제 하루의 투자 순서에 맞춰 하나로 정리되어 있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장세 판단에 대한 내용은 지수 관련 글에 있고, 종목을 찾는 기준은 관심종목과 거래대금 관련 글에 나뉘어 있었다. 삼선과 매수 시나리오, 매도 규칙도 각각 다른 글에서 설명하고 있었다.

사람이 하나씩 읽고 이해할 때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시스템을 만들려면 흩어져 있는 내용을 서로 연결해야 했다.

그래서 먼저 원문 26편을 그대로 보존한 뒤, 내용을 개념별로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읽던 노트를 AI가 읽는 매뉴얼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원칙, 시장, 종목 선정, 차트, 매매 실행, 기업 분석, 일일 루틴이라는 일곱 주제로 나누고, 관련된 내용을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원문이 상대적으로 적게 다루는 재료(주가를 움직이는 뉴스나 이슈)와 시황, 감정 관리, 반복 훈련에 관한 내용은 유목민의 『투자의 정석』을 보완 자료로 사용했다.

기본 원칙도 정했다.

배운 방법론을 기본으로 한다. 원문에 없는 부분만 『투자의 정석』으로 보완한다. 두 자료의 기준이 다르면 임의로 하나를 지우지 않는다. 원문에서 확인하지 못한 내용을 새로운 투자 원칙처럼 추가하지 않는다.

그렇게 정리한 결과 2026년 8월 기준 53개의 투자 개념 문서가 만들어졌다.

나는 이 지식 구조를 ‘투자 브레인’이라고 부르고 있다.

*투자 브레인의 지식 네트워크 시각화

## AI가 답을 만들어내지 않도록

투자 브레인은 모든 투자 개념을 원문 근거와 연결해 둔 지식 구조다. AI에게 종목을 추천받으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

AI에게 투자 방법을 물어보면 일반적인 투자 상식과 인터넷에서 학습한 여러 사람의 관점을 섞어 답할 수 있다. 그 답이 그럴듯해 보여도, 내가 따르려는 방법론과 같은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 각 투자 개념이 어떤 원문에서 출발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근거를 연결했다.

AI가 삼선에 관해 설명한다면 원문의 어떤 글을 참고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손절 기준이나 거래대금처럼 중요한 숫자를 말한다면 그 숫자가 실제 원문에 있는지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원문은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원문을 정리한 문서와 내가 앞으로 투자하면서 쌓게 될 경험도 구분하기로 했다.

그래야 나중에 실제 매매 결과가 원문의 원칙과 다르게 나타나더라도, 원문을 덮어쓰지 않고 나란히 비교할 수 있다.

투자 브레인은 정답을 대신 알려주는 장치라기보다, 내가 만들고 있는 투자 보조 시스템 RichRich가 어떤 기능을 만들든 그 기능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기준점에 가깝다.

## 정리할수록 모르는 것이 보였다

노트를 개념별로 다시 정리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도 발견했다.

같은 원문 안에서도 상황에 따라 다른 수치가 등장했다.

종목을 처음 찾을 때는 거래대금 100억 원 이상을 기준으로 설명한 글이 있었고, 상승장이나 섹터주를 다루는 글에서는 2천억 원이라는 기준도 나왔다.

익절(수익 실현) 역시 3%에서 40%, 5%에서 50%, 7% 이상에서 남은 물량을 매도하는 규칙이 있는 반면, 다른 글에서는 단기 매매 3~5%, 스윙 매매 10~20%라는 범위도 제시되어 있었다.

어느 하나가 틀렸다기보다 장세나 매매 유형에 따라 다른 기준일 수 있다.

사람은 상황에 맞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시스템은 그렇지 않다. 어떤 조건에서 100억을 적용하고 어떤 조건에서 2천억을 적용할지 정해야 한다. 3·5·7% 분할 매도를 모든 매매에 적용할지, 단기와 스윙을 나눌지도 결정해야 한다.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임의로 하나를 선택해 자동 주문에 연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서로 다른 기준은 억지로 하나로 합치지 않고 ‘미해결’ 상태로 남겼다. 원문에 있는 내용과 내가 추가로 해석한 내용도 구분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노트를 읽고 넘어갔던 부분들이 시스템을 설계하면서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뀌었다.

시스템을 만드는 일은 투자법을 자동화하는 작업인 동시에, 내가 정말 그 투자법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 투자법을 하루의 순서로 다시 놓았다

개념별 정리가 끝난 뒤에는 흩어진 원칙을 실제 하루의 투자 순서로 다시 배치했다. 프로젝트 안에서는 이 과정을 아홉 단계로 구분했다.

– 장이 끝나면 오늘의 장세를 판단하고, 상승 종목과 거래대금을 확인한다.

– 저녁에는 기준봉과 금지 조건을 확인해 관심종목을 정하고, 삼선을 그어 다음 날의 시나리오를 작성한다.

– 다음 날에는 계획한 가격과 비중으로 매수하고, 보유 종목과 조건을 관리하고, 정해둔 기준에 따라 분할 매도하거나 손절한다.

– 장이 끝나면 시나리오와 실제 결과를 비교하며 복기한다.

*원문 26편 → 개념 위키 53편 → 하루 매매 타임라인. 원문은 고치지 않고 보존하며, 모든 개념은 원문 근거와 연결된다.*

처음부터 새로운 투자 방법을 만든 것은 아니다.

여러 글에 흩어져 있던 원칙을 ‘오늘 무엇을 하고,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하나의 시간축 위에 다시 놓은 것이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RichRich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RichRich는 단순히 조건에 맞는 종목을 찾아주는 검색기가 아니었다. 장세 판단부터 종목 선정, 시나리오, 실행, 복기까지 이어지는 전체 투자 루프를 연결해야 했다.

## 무엇을 자동화하지 않을지도 정했다

투자 과정을 정리하면서, 모든 일을 자동화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는 점도 더 분명해졌다.

그래서 각 단계를 세 종류로 구분했다.

첫 번째는 시스템이 처리할 수 있는 일이다. 거래대금이나 재무 수치를 확인하고, 금지 종목을 제외하고, 미리 정한 가격에 주문을 넣고, 체결 결과를 기록하는 일이다. 기준이 숫자로 명확한 작업들이다.

두 번째는 시스템이 후보를 제시하고 사람이 확정해야 하는 일이다. 기준봉 후보를 찾거나, 차트에 삼선 후보를 표시하는 일이 여기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사람이 직접 판단해야 하는 일이다. 재료를 해석하고, 종목의 움직임과 과거 이력을 살펴보고, 삼선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시나리오를 승인하고, 결과를 복기하는 일이다.

사람의 판단을 없애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

자동화 수준이 높을수록 좋은 시스템인 것은 아니었다. 어떤 결정이 사람에게 남아 있는지가 분명한 시스템이 내가 만들고 싶은 시스템에 더 가까웠다.

## 코드보다 먼저 기준을 만들었다

투자 브레인과 매매 타임라인을 만든 뒤에는, 이 과정을 실제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화면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장이 끝나면 필요한 데이터가 자동으로 준비된다. 퇴근 후에는 정리된 장세를 확인하고, 상승 종목을 스캔하고, 관심종목을 고른다. 차트에서 삼선을 조정하고, 다음 날의 매수와 매도, 손절 계획을 확정한다.

다음 날 아침에는 내가 최종 승인한 시나리오만 실행한다. 장중에는 시스템이 미리 정한 조건을 감시하고, 장이 끝나면 계획과 실제 결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긴다.

2026년 8월 현재는 이 흐름을 문서로 구체화하고 대시보드 목업으로 검증하는 단계다. 장세 판단 기준과 다음 날 시나리오 작성 절차를 문서로 적었고, 화면도 수십 번 갈아엎었다.

하지만 아직 실제 데이터와 증권사 주문이 연결된 완성품은 아니다. 모의투자도 시작하지 않았다.

지금은 건물을 올리기 전에 설계도를 계속 확인하는 단계에 가깝다. 무엇을 어디까지 만들었는지는 [RichRich 프로젝트 페이지](/richrich-proj/)에 정리해두고 있다.

돌아보면, 투자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시작했지만 가장 먼저 만든 것은 자동 주문 기능이 아니라 설계도였다. 내가 어떤 기준으로 시장을 보고, 어떤 순서로 판단하고, 무엇을 시스템에 맡길 것 인지에 대한 설계도.

처음에는 조금 느리게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당장 화면에 종목을 띄우고 주문을 연결하는 편이 프로젝트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붙잡은 원칙은 하나였다.

> 기준이 없는 자동화는 내가 지키지 못하던 원칙을 대신 지켜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기준 없는 행동을 더 빠르게 반복하는 도구일 뿐이다.

그래서 RichRich는 투자 원칙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투자 노트 26편은 53개의 투자 개념 문서가 되었고, 흩어져 있던 원칙은 장세 판단부터 복기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매매 타임라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 타임라인 위에서 사람과 시스템이 맡을 일이 조금씩 구분되기 시작했다.

아직 실제 매매는 시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자동화하지 말아야 하는지는 이전보다 훨씬 분명해졌다.

다음 글에서는 RichRich의 첫 화면을 왜 종목 추천이나 계좌 수익률이 아닌, ‘오늘은 신규 투자를 해도 되는 장인가’를 확인하는 장세 판단 화면으로 만들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 이 글의 요약

– 투자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션에서 가져온 투자 노트 26편을 원칙·시장·종목 선정·차트·매매 실행·기업 분석·일일 루틴의 일곱 주제, 53개 개념 문서로 다시 정리했다(2026년 8월 기준).

– 정리 과정에서 같은 원문 안의 상충하는 기준(거래대금 100억/2천억 원, 서로 다른 익절 규칙)을 발견했고, 임의로 합치는 대신 ‘미해결’로 남겼다.

– 흩어진 원칙을 하루의 매매 순서로 재배치하고, 완전 자동 / 후보 제시 뒤 사람이 확정 / 사람 전담의 세 종류로 일을 나눴다.

## 자주 묻는 것

**투자 브레인이란 무엇인가?**

배운 방법론의 원문 26편을 그대로 보존하고, 그 내용을 53개의 개념 문서로 재정리해 원문 근거와 연결해 둔 지식 구조다. AI가 어떤 개념을 설명하든 어느 원문에서 출발했는지 거슬러 올라가 확인할 수 있다.

**서로 다른 기준이 나왔을 때 왜 하나로 합치지 않았나?**

같은 원문 안에서도 장세나 매매 유형에 따라 다른 수치가 나오는데,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하나를 골라 자동 주문에 연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기준은 ‘미해결’로 표시해 나란히 남겼다.

**투자 판단까지 자동화하는 것이 목표인가?**

아니다. 숫자로 명확한 확인과 기록은 시스템이 맡고, 기준봉·삼선 후보처럼 판단이 필요한 일은 시스템이 후보를 내면 사람이 확정하고, 재료 해석과 최종 결정은 사람이 맡는다.

이 기록을 쓰는 사람에 대해서는 [소개](/about/)에 적어두었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개발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