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밤 9시가 되어서야 집에 온다. 아내는 그 시각까지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나는 가방을 내려놓기 무섭게 싱크대 앞에 선다. 설거지를 끝내고 빨래를 돌린 뒤에는 아홉 살, 여섯 살 두 아이를 씻긴다.
아이들을 재우는 건 아내 몫이다. 9시 반쯤 아이들이 잠들고 집 안이 조용해지면 그때부터가 겨우 내 시간인데, 끝나는 시각도 이미 정해져 있다. 다음 날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출근하려면 늦어도 12시에는 누워야 하니까.
내가 배운 단기 매매 방법론에서 매매는 장이 열리는 아침이 아니라 전날 밤에 시작된다. 오늘 오른 종목을 훑어 걸러내고, 차트에 선을 긋고, 얼마를 살지와 언제 팔지까지 내일의 주식 매매 계획으로 적어 두어야 한다. [두 번째 글]에서 정리한 그 과정을 손으로 하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40대 중반에 들어서니 그 한두 시간이 갈수록 버겁다. 이를 악물고 매일 붙들어 보지만 힘에 부치고, 솔직히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게다가 밤에 시나리오를 쓰고 예약 매수를 걸어 둔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장중에 매수가 체결되면 곧바로 예약 매도를 걸어야 하는데, 일에 치이다 보면 그 순간을 놓치기 일쑤였다. 사 놓고도 팔 주문 하나 걸어 두지 못한 채 하루가 흘러가는 날이 많았다.
2026년 6월, 회사 일이 몰려 퇴근이 늦어지자 그나마 붙들고 있던 밤마저 [통째로 사라졌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면서 목표부터 정했다. 아이들이 잠든 뒤 20분 안에, 기준은 하나도 빼지 않고 내일의 준비를 끝낸다. 물론 아직은 재 본 시간이 아니라 정해 둔 목표일 뿐이다.
아이들이 잠들면, 오늘 오른 종목이 이미 조사되어 있다.
노트북을 열면 화면 맨 위의 판정 한 줄부터 본다. 오늘이 오르는 장인지, 빠지거나 옆으로 가는 장인지. 종목을 찾기 전에 장세(시장의 큰 흐름)부터 확인하라는 것이 내가 배운 방법론의 첫 순서라서 그렇다. 오르는 장이라면 강한 섹터와 테마 안에서 고르고, 빠지거나 옆으로 가는 장이라면 시장을 이기는 종목을 찾아야 한다.
RichRich는 매일 저녁 8시에 그날 장을 정리해 둔다. 덕분에 내가 자리에 앉을 즈음이면 오늘 오른 종목이 이미 한 표에 모여 있다. 섹터, 테마, 혼자 오른 종목으로 묶여 있고, [그날의 판정]에 따라 먼저 펼쳐지는 묶음이 달라진다.
테마는 하나의 이슈로 같은 날 여러 종목이 함께 크게 오른 무리를 말한다. 방법론은 테마끼리 합산 거래대금(그날 사고판 금액의 합)으로 힘을 견주고, 사고팔 때는 무리에서 가장 많이 오른 대장주에서 하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테마 묶음에는 이름표가 붙어 합산 거래대금이 큰 순서로 서고, 묶음 안에서는 대장주가 맨 앞에 놓인다.
종목마다 그날 코스피보다 몇 %포인트 강했는지도 한 칸씩 붙어 있다. 코스피가 쉬어간 날에는 혼자 오른 종목의 정렬이 아예 덜 오른 순으로 뒤집히는데, 다 오르는 날엔 누구나 지수를 이기지만 지수가 밀린 날 버틴 종목은 따로 눈여겨봐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펼쳐진 묶음부터 천천히 내려가다, 종목 A에서 손이 멈춘다.

걸러진 종목도 목록에서 지우지 않는다
목록을 훑다 보면 ‘금지’라는 표시를 단 줄이 군데군데 섞여 있다. 사지 않을 종목도 방법론에 정해져 있어서다. 너무 싼 동전주, 우선주와 스팩, 유통 물량이 지나치게 적은 품절주, 빚이 과한 회사가 그렇다.
여기에 혼자 매매하던 시절 증권사 기업분석 화면에서 늘 확인하던 것도 더했다. 적자가 몇 분기째 이어지는지, 쌓아 둔 이익이 바닥나지는 않았는지 같은 것들이다. 며칠 안에 끝나는 매매라 회사를 깊이 뜯어볼 필요는 없고, 부실한 곳만 걸러내면 그걸로 충분하다.
걸린 종목은 목록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금지 사유를 단 채 제자리에 남고, 담기 버튼만 꺼져 있을 뿐이다. 나머지 기준은 누르는 칩으로 만들었다. 적당한 폭으로 오른 양봉(시작가보다 높게 끝난 캔들)인지, 거래대금이 일정 규모를 넘는지 같은 것들이다. 칩을 켜면 목록이 좁혀지고 다시 누르면 풀리며, 몇 종목이 남았는지가 바로 옆에 적힌다.
칩을 하나씩 켜 보면 무엇이 왜 빠지는지가 눈에 들어온다. 걸러지는 종목을 매일 눈에 담는 것 자체가 공부가 되는 셈이다. 종목 A는 어느 칩에도 걸리지 않고 끝까지 남았다.
기준봉이 없으면 담아만 둔다
종목 A를 담으면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는데, 차트 바로 위에 한 줄이 먼저 떠 있다. 언제 어느 가격을 뚫었고 그날 거래대금이 얼마였는지를 적은 기준봉 한 줄이다.
기준봉은 한동안 오르내리던 구간의 위를 뚫고 올라선 양봉으로, 그날 거래대금까지 충분해야 인정받는다. 빠지거나 옆으로 가는 장이라면 그날 지수보다 강하게 오른 캔들이어야 하고. 이 대목에서 방법론은 단호하다. 기준봉이 없으면 편입하지 않고, 생기면 그때 편입한다.
그래서 기준봉이 없는 종목은 버리지 않고 ‘보류’로 담아 두었다가, 넘어야 할 가격을 넘는 날 알림을 받게 했다. 며칠 전에 담았지만 아직 살 자리에 오지 않은 종목도 담은 지 며칠째인지를 단 채 목록에 남는다. 보낼지 말지는 날짜가 아니라 내가 정할 일이다.
차트에서 기준봉을 직접 짚어 보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화면이 찾은 캔들과 내가 짚은 캔들은 나란히 기록에 남고, 마지막으로 이 종목이 왜 올랐는지 재료를 찾아 한 줄로 적어 둔다.
선 세 개를 정해야 시나리오다
차트를 들여다보면 선 세 개가 이미 그어져 있다. 방법론의 한가운데에 있는 삼선이다.
1선은 기준봉과 가장 가까운 뾰족한 양봉의 끝으로 처음 사는 자리이고, 3선은 그 근처 캔들의 아랫꼬리 끝으로 무너지면 파는 손절선이다. 둘의 한가운데인 2선은 한 번 더 사는 자리가 된다.
미리 그어진 선은 ‘뾰족한 양봉’ 같은 말을 계산식으로 옮긴 후보라 어디까지나 근사치다. 그 말을 숫자로 바꾸는 작업은 Claude Code와 함께 했지만, 후보가 아예 서지 않는 종목도 여전히 나온다. 그럴 땐 선 이름을 누르고 차트에서 원하는 높이를 짚어 직접 긋는다.
선을 긋고 나서도 확인할 것이 남는다. 살 자리 위로 저항까지 공간이 넉넉한지, 기준봉 종가와 매수가가 너무 붙어 있지는 않은지, 바로 앞에 전고점이 버티고 있지는 않은지. 1선이 너무 멀면 한 번 더 고민하고, 끝내 가격이 나오지 않으면 미련 없이 보내 줘야 한다.
화면은 이 점검을 선 옆에 ✓와 ⚠로 달아 두지만, 경고가 떠도 확정을 막지는 않는다. 판단은 내 몫이고, 경고는 기록에 함께 남는다. 선을 끌어 옮기면 실제로 주문할 수 있는 가격 단위에 맞춰 붙고, 화면이 그은 값과 내가 고친 값도 나란히 저장된다. 나중에 복기하면서 내 손이 후보보다 나았는지를 따져 보기 위해서다.
차트 아래에는 같은 기간의 코스피가 같은 모양의 캔들로 붙어 있다. 기준봉이 지수가 밀리던 날에도 버틴 캔들이었는지를 나란히 놓고 확인하는 자리다.
그 아래로는 사기 전에 스스로 답해야 할 질문들이 초안으로 채워져 있다. 언제,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살지, 어떻게 팔지, 그리고 최악의 경우엔 어떻게 할지. 최악의 경우에 대한 답은 규칙이 미리 적어 둔다. 유목민이 같은 책에서 못 박았듯, 손절선이 빠진 계획은 계획이라고 부를 수 없으니까. 나머지 초안을 내 말로 고치고 나면 종목 A에 비로소 선 세 개가 선다.

정해 둔 선에서만 산다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면 맨 위에 계좌의 돈부터 보인다. 지금 투자 중인 금액과 남은 현금, 그리고 내일 계획이 전부 체결되면 남을 현금이 나란히 놓여 있고, 그 아래로 종목마다 1차와 2차 주문이 한 줄씩 이어진다.
사는 원칙은 짧다. 시나리오에 적은 가격에서만 산다. 한 번에 다 사지 않고 1선과 2선에서 나눠 사되, 한 종목에 원금의 일정 비율 이상은 넣지 않는다. 그래서 이 화면의 가격은 앞에서 그은 선에서 온 그대로이고 여기서는 고칠 수 없다. 가격을 바꾸고 싶다면 차트로 돌아가 선을 옮기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 내가 정하는 건 수량이다. 숫자를 누르면 막대가 뜨는데, 막대를 올리고 내리는 동안 맨 위의 ‘내일 다 사지면 남는 현금’이 함께 움직여서 어디쯤에서 손을 멈춰야 할지가 보인다. 정해 둔 한도를 넘기면 확정 버튼은 잠긴다.
차수마다 체크박스도 달았다. 2선까지 가지 않고 1선만 사는 날도 많아서, 그런 날엔 2차를 끄기만 하면 된다.
한 가지 짚어 둘 것이 있다. 여기서 확정한 계획이 증권사에 밤새 걸려 있는 것은 아니다. 지정가 주문은 그날 장이 끝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계획은 밤을 넘기고 주문은 매일 아침 새로 나간다.

주식 매매 계획은 파는 법부터 적힌다
사는 줄 바로 아래에는 이 종목을 팔 가격들이 이미 적혀 있다. 익절할 가격들과 본전, 3선, 최대 손실선까지 전부 가격으로 환산된 채로 말이다.
앞에서 털어놓았듯 내가 가장 자주 놓친 것이 바로 이 대목이었다. 사는 주문은 전날 밤에 걸어 둘 수 있지만 파는 주문은 산 다음에야 걸 수 있고, 그 순간 나는 대개 일에 붙들려 있었다. 그래서 확정하는 순간 사는 계획과 파는 계획이 한 묶음이 되게 했다. 체결되면 이 가격들을 도구가 지켜보다가 파는 데까지가 설계인데, 그 부분은 아직 만들지 않았다. 장중에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뒤의 글에서 따로 쓰려 한다.
방법론은 단기 매매에서 사는 순간 파는 사람이 된다고 가르친다. 오르면 정해 둔 구간마다 나눠 팔고, 첫 익절 뒤 본전까지 밀리면 남은 것을 정리한다. 며칠 안에 오르지 않아도, 3선이 무너져도 팔고, 오래 들고 가지도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정해 둔 최대 손실만큼은 넘기지 않기에 손절선은 숫자로 미리 박아 둔다.
이미 들고 있는 종목은 그 아래에서 평단과 현재가, 산 지 며칠째인지, 나눠 팔기가 어디까지 됐는지를 본다. 손절선을 규칙보다 낮추려 하면 경고가 뜨고, 최대 손실선은 아예 잠겨 있어 손댈 수가 없다. 보유 수량이 적은 종목에 걸리는 매도 규칙은 아직 시험하는 중이라, 그 줄에는 ‘시험 중’이라는 표시가 붙는다.

마지막으로 종목 머리에 적힌 ‘왜 사는가’ 한 줄을 다시 읽는다. 왜 샀냐고 물었을 때 스스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기준을 줄이지 않고, 대시보드로 옮겼다
확정을 누르면 ‘내일 아침 나갈 주문 몇 건’이라는 한 줄이 뜬다. 노트북을 덮는다. 내일도 새벽 4시 반에는 일어나야 한다.
따지고 보면 준비가 짧아질 수 있는 건 화면이 대신 골라 줘서가 아니다. 오늘 오른 종목을 모으고, 기준에 걸린 종목에 표시를 달고, 선의 후보를 계산해 두는 일을 화면이 먼저 해 두기 때문이다. 어떤 종목을 담을지, 선을 어디에 둘지, 몇 주를 살지, 그리고 확정을 누를지는 여전히 내 손에 남아 있다.
힘에 부치던 밤이 하루아침에 가벼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기준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찾고 거르느라 쓰던 힘만큼은, 이제 화면이 먼저 덜어 준다.

기준을 줄이지 않았다. 기준을 대시보드로 옮겼을 뿐이다.
이 20분이 기대는 것은 결국 화면에 모인 숫자와 해석들이다. 다음 글에서는 그중 무엇을 믿고 무엇을 참고로만 둘지, 그 경계를 어떻게 나눴는지 쓰려고 한다. 지금 무엇을 어디까지 만들었는지는 [RichRich 프로젝트 페이지]에 정리해 두고 있다.
이 글의 요약
퇴근해 집안일과 아이들을 챙기고 나면, 다음 날 새벽 출근 전까지 매매를 준비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는다.
배운 방법론은 전날 밤에 주식 매매 계획을 세워 두라고 요구하기에, 기준을 줄이는 대신 그 기준을 화면의 칸으로 옮겼다.
오늘 오른 종목이 묶음으로 모이고, 금지 종목은 사유를 단 채 남으며, 기준봉과 선의 후보가 미리 계산돼 있다.
사는 가격은 앞에서 그은 선에서 오고, 파는 가격은 사기 전에 이미 적혀 있다.
종목을 담고, 선을 긋고, 수량을 정하고, 확정을 누르는 일은 여전히 내가 한다.
자주 묻는 것
- RichRich가 종목을 골라 주나?
고르는 건 사람이다. 화면은 오늘 오른 종목을 모으고, 금지 종목에 사유를 달고, 기준봉과 선의 후보를 계산해 두는 데까지 한다. 담을지, 선을 어디에 그을지, 몇 주를 살지는 내가 정한다.
- 삼선이란 무엇인가?
기준봉을 바탕으로 긋는 선 세 개다. 1선은 처음 사는 자리, 2선은 한 번 더 사는 자리, 3선은 무너지면 파는 손절선이다.
- 사기 전에 매도 계획부터 세우는 이유는?
사는 주문이 체결되는 순간 나는 대개 일하는 중이라, 그때 파는 주문까지 챙기기 어렵다. 그래서 팔 가격을 사기 전에 미리 환산해 두고 사는 계획과 함께 확정한다.
- 이 화면으로 지금 매매하나?
아직이다. 화면은 목업이고, 이 화면에서 나간 주문은 없다. 20분도 목표로 정한 시간이다.
이 기록을 쓰는 사람에 대해서는 [소개]에 적어두었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개발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